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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시티

유럽의 스마트시티와 지속가능성 전략 : 코펜하겐·암스테르담 사례 중심

1. 유럽형 스마트시티의 철학 : 기술보다 삶의 질

 유럽의 스마트시티 전략은 기술 발전보다는 삶의 질(Quality of Life) 과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을 중심으로 설계된다. 코펜하겐, 암스테르담, 헬싱키 등 유럽 주요 도시는 모두 “기술은 수단일 뿐, 목표는 인간과 환경의 조화”라는 공통된 철학을 지닌다. 특히 EU는 2030년까지 ‘탄소중립 스마트시티 네트워크(NetZeroCities)’ 구축을 목표로, 재생에너지, 스마트 교통, 에너지 절감형 건축물 정책을 통합 추진하고 있다. 유럽의 도시들은 국가 주도보다 지방정부와 시민이 주체가 되는 분권형 도시 거버넌스를 운영한다는 점에서도 독특하다. 즉, 스마트시티는 효율적 관리 시스템이 아니라, 시민이 참여하고 경험을 공유하는 도시 실험 공간으로 정의된다. 이러한 철학은 코펜하겐과 암스테르담의 도시 운영 전략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

 

2. 코펜하겐, 탄소중립 도시를 향한 데이터 기반 에너지 혁신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Copenhagen) 은 세계에서 가장 앞선 탄소중립 스마트시티 모델로 평가받는다. 이 도시는 2025년까지 세계 최초의 탄소중립 수도(Carbon Neutral Capital) 달성을 목표로 하며, 이를 위해 에너지·교통·건물 분야를 데이터로 통합 관리한다. 도시 전역에는 에너지 사용량을 실시간 측정하는 스마트 미터(Smart Meter) 가 설치되어 있으며, 이를 통해 난방, 조명, 교통의 에너지 효율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있다. 또한 풍력과 태양광 비중을 70% 이상으로 높이고, 남는 에너지를 저장·공유하는 스마트그리드 시스템(Smart Grid System) 을 운영한다. 흥미로운 점은 코펜하겐의 스마트시티가 정부主主가 아니라 시민 참여형 에너지 커뮤니티(Energy Community) 를 중심으로 한다는 것이다. 시민들은 앱을 통해 에너지 사용량을 모니터링하고, 남는 전력을 판매하거나 공유할 수 있다. 즉, 코펜하겐은 기술이 아니라 시민의 행동 변화와 협력 구조를 통해 지속가능한 도시를 만들어가는 대표 사례다.

유럽의 스마트시티와 지속가능성 전략 : 코펜하겐·암스테르담 사례 중심

3. 암스테르담, 도시 전역이 실험실인 ‘리빙랩’ 모델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Amsterdam) 은 ‘스마트시티는 시민과 함께 만드는 열린 실험실’이라는 철학으로 유명하다. 2009년부터 추진된 ‘Amsterdam Smart City Initiative’는 도시 내 300여 개 기업, 연구기관, 시민단체가 함께 참여하는 리빙랩(Living Lab) 프로젝트다. 이 모델은 새로운 기술을 단순히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과 기업이 도시 문제를 공동 실험하고 평가하는 구조로 운영된다. 예를 들어, 암스테르담 북부 지역에서는 건물 폐열을 재활용하는 순환 에너지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으며, 그 과정에서 시민들이 직접 실험에 참여한다. 또한 도시 데이터를 누구나 접근할 수 있도록 오픈데이터 플랫폼(Amsterdam Data Portal) 을 운영해, 스타트업과 연구자들이 이를 활용한 솔루션을 개발할 수 있도록 한다. 이러한 개방형 구조는 도시 전체를 지속가능성과 혁신의 실험공간으로 만들고 있으며, 시민이 도시 변화의 관찰자에서 공동 개발자(Co-creator) 로 참여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4. 유럽형 지속가능 스마트시티의 교훈 : 기술보다 협력

 코펜하겐과 암스테르담의 사례는 유럽형 스마트시티의 핵심이 ‘기술’이 아니라 ‘협력과 신뢰’임을 잘 보여준다. 유럽연합은 도시 간 협업을 강화하기 위해 ‘EU 스마트시티 이노베이션 파트너십(EIP-SCC)’을 운영하며, 각 도시가 데이터를 공유하고 성공 사례를 확산하도록 돕고 있다. 예를 들어, 코펜하겐의 탄소중립 모델은 헬싱키·오슬로로 확산되었고, 암스테르담의 리빙랩 구조는 파리와 바르셀로나의 시민참여 정책에 영향을 미쳤다. 이처럼 유럽의 스마트시티는 개별 기술보다 도시 간 협력 생태계(Urban Collaboration Ecosystem) 에 초점을 둔다. 또한 환경적 지속가능성뿐 아니라 사회적 지속가능성(Social Sustainability), 즉, 모두가 접근 가능한 도시 서비스, 공정한 데이터 사용, 시민의 디지털 권리 를 강조한다. 결국 유럽형 스마트시티는 ‘기술이 사람을 돕는 도시’라는 원칙 아래, 협력과 신뢰를 기반으로 진화하는 살아있는 도시 모델이라 할 수 있다.